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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모양으로 만든다면? : 커트 보니것의 그래프

by. Kim

이야기를 모양으로 만든다면? : 커트 보니것의 그래프

이야기를 만드는 건 창작자의 몫이지만, 고통받는(?) 창작자를 도와주는 도구들은 준비되어있기 마련이다. 미국 소설가 커트 보니것이 고안한 이야기 모양 그래프가 딱 그러하다. 우리를 매혹시킨 이야기가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는지 안다면, 우리도 비슷한 구조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커트 보니것은 미국의 소설가 겸 수필가다.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SF와 블랙 코미디 장르에서 훌륭한 성취를 이룬 작가로 손꼽힌다. <제5도살장>이 대표작이다. 보니것이 분석하고 그래프로 그려낸 이야기의 대표적인 구조들을 살펴보자.


https://pickgeul-asset.s3.ap-northeast-1.amazonaws.com/a06b1761-6b07-46c8-ac63-460a37743412-image.png(출처: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wonk/wp/2015/02/09/kurt-vonnegut-graphed-the-worlds-most-popular-stories/)

이야기 모양의 기본적인 구조는 이렇게 생겼다. 여기서 x축은 이야기의 시간적 순서, 즉 처음부터 끝을 나타낸다. 반면 y축은 캐릭터의 ‘fortune’, 즉 운명을 나타낸다. y축의 위쪽으로 갈수록 주인공은 좋은 일을 겪고, 아래로 갈수록 주인공이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된다.


1️⃣ Man in Hole

커트 보니것의 그래프 중 대표격인, ‘Man in Hole’ 구조다. 이런 스토리 구조는 아주 흔하고 많이 쓰인다.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있던 주인공이 갑자기 구멍에 빠진 것처럼 곤경에 처하고, 나중에는 이를 극복하여 성취를 이루는 구조다.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특히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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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tenderhuman.com/shapes-of-stories-info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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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oy Meets Girl

‘Boy Meets Girl’의 구조도 앞서 소개한 ‘Man in Hole’와 기본적으로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주인공의 갈등이 ‘만남-이별-재회’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인 에어>와 <이터널 선샤인>을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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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From Bad to Worse

‘From Bad to Worse’는 원래도 불행했던 주인공이 점점 더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이야기 구조이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이나, 영화 <겟 아웃> 등에서 차용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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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Which Way is Up?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Which Way is Up?’은 실제 삶과 같이, 새로운 사건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는 형태로 제시되는 이야기 구조다. 현대소설이나 예술영화에서 자주 발견되는 흐름이다. 독자가 사건을 바라봐야 하는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풍부한 텍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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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reation Story

‘Creation Story’는 인물이 무언가를 얻으면서 점점 행복해지는 이야기 구조다. 이런 구조에는 독자의 몰입을 유발하는 갈등이 없기 때문에, 사실 현대적인 이야기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한 목표를 이뤄야 하는 게임의 시나리오를 쓰는 경우, 이러한 구조를 참고해 여러 분기점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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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inderella

‘Cinderella’는 말 그대로 신데렐라의 이야기 구조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이다. 불행했던 인물이 행운을 얻게 되고, 다시 역경을 겪지만 마침내 극복하여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결론에 다다르는 것이다. 커트 보니것은 신데렐라와 신약성경의 구조가 같은 것을 보고, 이야기의 구조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도 여러 이야기에서 자주 쓰이는, 모범적인 이야기의 원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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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니것이 예시로 든 모양 외에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매력적인 이야기 곡선을 그려볼 수 있을 거다. 무엇보다 비정형적인 것 같은 이야기도 계획과 연구에 의해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이, 커트 보니것의 그래프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자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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