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영화 입문하기

쟁쟁한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꿋꿋이 빛을 내고 있는 독립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자연스럽게 따스한 독립영화도 생각나는 법. 관객수는 적을지라도, 탄탄한 작품성과 확실한 목소리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요즘 영화들은 다 똑같은 것 같다며 극장 가기가 주저된다면, 오늘 소개하는 영화들을 찾아보자.

소공녀

집이 없어 대학 시절 동아리 친구들의 집을 돌아가며 살아가는 미소. 미소에게는 담배, 위스키, 남자친구가 삶의 전부다. 그래도 미소의 삶은 불행하지 않다. 비록 가끔은 배가 고프고 너무 추워 사랑을 나눌 수 없지만 말이다.

누군가는 미소가 무기력하게 삶을 살아간다며 한심하게 볼지 모르겠지만, 영화 내내 미소는 태연한 얼굴로 반격한다. 그렇다면 집에서 살고 있는 너는 행복하냐고 말이다. 다양한 삶의 모습이 스쳐지나가며 한번쯤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돈을 벌러 떠나버린 미소의 남자친구처럼 ‘현실’을 피할 수는 없지만, 서울 한가운데 텐트를 치러가는 미소의 삶도 분명한 의미가 있다.

너와 나

<D.P.> 출연으로도 유명한 조현철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너와 나>는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 오히려 삶을 충실하게 그려내는, 상당한 연출력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펑펑 울고싶은 기분이 든다면 이 영화를 보자. 장담컨대 눈물을 참기가 아주 어려울테니까.

우리들

예쁜 포스터가 눈에 띄는 작품. 독립영화를 좋아한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영화다. 작품은 초등학생 아이들의 미묘한 관계성과 어긋남을 담는다. 어린이의 목소리로 전달되는 대사들은 역설적으로 그 시절을 잊어버린 어른들에게 강력한 울림을 준다. 이는 윤가은 감독의 특징적인 연출 스타일이기도 하니, <우리들>이 마음에 드셨다면 단편영화 <콩나물>과 <손님>을 함께보자.

남매의 여름밤

한국적인 가족 이야기는 한국 독립영화의 큰 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상업영화에서 쉽게 살펴보지 못하는 매력이기도 하고. <남매의 여름밤>은 이러한 한국적인 정서를 세심하고 아련하게 포착하는 작품이다. 특히 “K-장녀”라면 이 영화가 어릴 적 자신을 떠올리게 할지도 모르겠다.

‘여름’과 ‘밤’이 주는 관념적인 정서가 있다. 뜨거웠던 낮이 지나고 해가 조금은 잦아든, 하지만 여전히 더운 기운이 남아있는 여름의 밤. 가벼운 옷차림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바깥을 누빌 수 있는 그 시절의 그 공간. 영화는 여름밤의 영상미까지 탁월하게 표현한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한 마디로 ‘따뜻한 코미디’다. 시종 웃기다가 막판에 신파 요소를 때려넣는 양산형 코미디와는 다르다는 뜻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유머는 따뜻하고, 찬실이를 향한 사랑을 내재한다. 그런면에서 이 웃음은 희화화나 어둠이 아닌, 온기를 담는다. 코미디로 사람을 위로하는 보석 같은 대사들에 주목하며 영화를 보기를 바란다.

사이비

<부산행>이나 <지옥> 시리즈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의 초기 작품이다. <돼지의 왕> 이후 감독이 연출한 두 번째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사이비>에 등장하는 감독의 상상력과 연출은 훨씬 더 날 것이고,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후 이 영화는 <구해줘 2>로 리메이크 되었으며, <나는 신이다> 방송 이후 소재로 인해 함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동심 가득하고 예쁜 화면을 담는다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깨는 작품이라는 점이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