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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 구조가 아니다? 신선한 플롯 구조
by. Lee
시나리오를 쓰려는 사람이라면 ‘3막 구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거다. 그만큼 3막 구조는 시나리오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절대적인 법칙을 부술 때 또 다른 쾌감이 오는 법. 오늘은 의도적으로 다른 방식의 플롯 구조를 택한 영화를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다양한 방식을 알아보자.
3막 구조란?
3막 구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참고하여 시나리오 분석가 시드 필드(Syd Field)가 고안한 개념이다. 간단히 인물과 배경을 설정하는 ‘1막’, 사건과 갈등이 전개되는 ‘2막’, 절정을 통해 갈등이 해결되는 ‘3막’으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관객을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영화에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어떤 영화를 3막 구조다, 아니다 라고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막의 구분은 소설의 챕터처럼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 역시 어떤 지점에서는 3막 구조라고 볼 여지가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플롯을 구분하고,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살펴볼 만하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노르웨이의 독특한 로맨스 코미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담배연기씬으로 더 유명한 이 작품은, 율리에의 욕망을 따라 다음 사랑 이야기로 넘어가는 구성의 영화다. 이러한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따라가며 영화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12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마치 소설과 같은 구성이랄까. 따라서 챕터가 바뀔 때마다 주인공의 사랑이 새로운 장으로 진입하는 듯한 느낌이 사뭇 신선하게 다가온다.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영화의 형식을 반영해 제목을 Julie(en 12 chapitres)으로 번역했다.
여름 이야기
에릭 로메르의 사계절 이야기 중, 여름. 그의 영화는 빼어난 색감과 영상미 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나 연애 이야기를 잘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여름 이야기>는 날짜와 요일을 명시적으로 표기함으로써, 누군가의 일기를 들여다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잔잔한 한 계절을 온전하게 조망하고 한 시절을 소소하게 풀어나가기에 아주 적합한 플롯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우연과 상상
하마구치 류스케의 <우연과 상상>은 3개의 단편이 묶여 하나의 영화로 구성된 독특한 형식을 띄고 있다. 심지어는 엔딩 크레딧도 각각의 단편이 끝난 뒤 바로 나온다. [제 1장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魔法(よりもっと不確か), 제 2장 문은 열어둔 채로 扉は開けたままで, 제 3장 다시 한번 もう一度은]으로 실제로 전혀 다른 제목을 띄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 이야기는 모두 우연과 상상을 다루고 있으며, 이들을 하나로 묶어 봤을 때 독특한 시너지가 생겨난다. 이런 점에서 <우연과 상상>은 우리가 영화를 보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더 메뉴
외딴 섬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 속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을 다루는 <더 메뉴>. 레스토랑 호손에서 12명의 초대 손님들과 셰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해 ‘외딴섬’에서 일이 벌어진다는 스릴러와 호러물의 기본 공식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음식과 스릴러가 결합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각 챕터는 코스 요리의 이름으로 전개된다. 요리명 자체가 코미디 요소로 쓰이기도 하며, 각 챕터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기능을 충실히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