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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면 강력한 무기가 되는 클리셰

by. Kim

잘 쓰면 강력한 무기가 되는 클리셰

'클리셰'라는 용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실 ‘클리셰’라는 용어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자주 쓰이며, 창작자에겐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클리셰가 무엇인지 잘 알고 활용한다면, 오히려 더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클리셰의 핵심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요소를 끌어옴으로써, 새로움을 위한 발판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클리셰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어떻게 클리셰를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클리셰란 무엇인가?

‘클리셰’에 엄밀한 정의는 없지만, 주로 ‘너무 많이 사용되어 진부한 표현이나 요소’를 뜻한다. 가령 ‘기억 상실’이라는 요소는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신선했지만, 이제는 로맨스나 스릴러 장르에서 많이 사용되면서 자칫하면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어떤 요소가 많이 쓰였다는 것은, 그만큼 특정 장면에서 원하는 효과를 일으키기 쉬운 수단이라는 뜻이다. 사실 매력적이지 않았다면 많이 쓰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즉 클리셰는 요소 자체가 나쁘기보다, 많이 쓰였기 때문에 그 가치가 떨어졌다고 보는 게 적합하다.

우리는 클리셰를 알고 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나 소설을 읽는 독자는 어느 한 작품을 독립적으로 감상하지 않는다. 이전에 보았던 모든 작품들의 흐름 위에서 감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클리셰를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 점을 이용하면 클리세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대중이 이미 익히고 있는 정보가 있다면, 이야기가 모든 정보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창작자도 독자이자 관중이기 때문에 클리셰를 알고 있다. 그러나 창작자가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게 클리셰다’라고 판단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소설이나 영화를 많이 접하며 클리셰의 유형을 직접 정리하는 것도 추천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클리셰를 활용한 작품들을 살펴보자.


👸슈렉(2001)

“클리셰를 비틀어 모티브 만들기“

슈렉은 기본적으로 ’보통 동화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괴물이, 동화의 주인공이 된다면?‘이라는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슈렉의 첫 장면에는 왕자와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고풍스러운 동화책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읽는 나레이션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초록 괴물의 손이 동화책을 찢어버린다. 이러한 <슈렉>의 스타트는 당시 주류였던 디즈니 동화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선언을 드러내고, 클리셰를 비틀어 새로운 통쾌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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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2019)

“최대한 많은 클리셰를 비틀기”

모두가 잘 아는 <극한직업>에는 클리셰를 의도적으로 비튼 장면들이 정말 많다. 딱 봐도 라이벌일 것 같던 잘난 후배 팀이 알고보니 주인공의 든든한 조력자거나, 악역들의 유창한 외국어 장벽에 막힌 줄 알았는데…. 그 외국어 대사를 주인공이 다 이해해버리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작품은 형사물의 클리셰를 치밀하게 공부하고 정리한 후, 이러한 클리셰와 반전 요소를 한번에 제시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양으로 승부 보는 코미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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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니 게임(1997)

“클리셰를 비틀어 공포감 조성하기”

<퍼니 게임>은 초중반까지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의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며 전개된다. 외딴 집에 찾아온 낯선 이들, 점차 이상해지는 분위기… 그런데 주인공이 어떻게든 위기를 헤쳐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갈수록 산산조각 깨지게 되는데... 이 작품은 ‘클리셰 비틀기’가 코미디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훌륭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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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3(2010)

“클리셰를 창의적으로 변주하기”

혹시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클리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기계로 구성된 신’이라는 뜻으로, 이야기에서 매우 간편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요소를 뜻한다. <토이 스토리 3>에서는 장난감들이 소각장에 떨어질 위기에 처한 순간, 외계인 인형이 기계 팔로 이들을 극적으로 구해낸다. 클리셰의 어원과 구체적인 정의를 멋진 연출로 선보이는 방식의 창의적인 전략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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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빌(2003)

“클리셰를 정공법으로 밀어붙이기”

타란티노의 <킬 빌>은 일본이나 홍콩의 액션 영화 클리셰를 무수히 차용한 영화다. 그러나 감독은 '오마주'라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사용했으며, 클리셰들의 작동 방식을 정확히 알고 이러한 명작을 탄생시켰다. 클리셰를 꼭 비틀어야만 좋은 것은 아니다. 정공법으로 원하는 의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두자.


클리셰를 무기로 사용하는 방법은 이처럼 무수히 많다. 어떨 때는 클리셰를 비틀 수도, 또 어떨 때는 클리셰를 그대로 쓸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어떤 요소의 진부함을 결정하는 것은 ’그것이 클리셰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요소를 활용하는 창작자의 능력이다. 좋은 작품을 많이 접하고 연구하며, 클리셰를 자유자재로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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