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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영감의 숲 톺아보기
by. Choi
🌲 칠월 첫째주 영감의 숲: 잔나비, <Good Boy Twist> 앨범 소개글
칠월의 첫 주에는 잔나비의 Good Boy Twist 앨범 소개글을 가져왔습니다. 앞으로 달려가다가 문득 이 자리에서 춤을 추는건 어떨까 고민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춤을 추기를 선택하는건 유쾌하지만 어려운 일인게 분명합니다. 눈 딱 감고 힘차게 달려가는게 우리 인생이라는 가치관에서 벗어나는건 참으로 어려우니까요. 우리가 언제나 고민하는, 또 고민하면 좋을 이야기라고 생각해 선택한 글입니다.
뮤직비디오와 함께 음악도 한번 감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딘지 쿵짝 거리는 신나는 리듬과 복고풍의 장면이 잘 어우러지니까요. 마냥 신나지만은 않지만, 그게 또 잔나비의 매력이라는 생각입니다. 앨범 소개글 마지막은 '끝끝내 춤을 추지 못할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납니다. 지금 여러분은 춤을 추고 있나요? 언제나 왈츠를 춰야 하는건 아니니, 가벼운 손뼉 춤이라도 인생에 있다면 조금 더 기쁘지 않을까요.
🌲 칠월 둘째주 영감의 숲: 황인찬,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작가의 말
황인찬 시인이 에세이와 시에 경계에 있는 책을 냈습니다. 황인찬의 7월이라고 써져있는 부제에 걸맞게, 7월 1일부터 말일까지 매일매일 황인찬 시인의 기록이 담겨있습니다. 어느날은 수필이, 어느날이 시가 담겨있어요. 여름에 가볍게 따라가며 읽기 좋은 책입니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매력이 있었어요.
저는 책을 보면 작가의 말, 서문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편입니다. 작가가 한권의 책을 완성하면서 든 생각들이 참 예쁘게 적혀있는 공간이거든요. 황인찬 시인은 시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또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이미 시가 그의 동반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시 쓰는 일을 즐기지 않지만, 시 읽는 일은 때때로 즐기려는 시도를 합니다. 리듬감과 단어가 하나되어 다가오는 경험이 생경하게 즐겁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시를 온전히 이해하려고 애쓴 적도 많았습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나의 무지를 탓해본 적도 있었고요. 다만 시를 읽는데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가볍게, 온전히 나의 방식대로 읽으면 되는거니까요. 이해되지 않아도 상관없고요. 아무튼 여름과 시는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골랐습니다.
🌲 칠월 셋째주 영감의 숲: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중 '재희'
도시의 사랑법은 제가 꽤 오래전에 읽었던 사랑 소설입니다. 모든 사람 이야기가 그렇듯 여름에 잘 어울리니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그 중에서도 첫 번째 단편 소설인 <재희>를 좋아합니다. 슴슴한 듯 계속 생각나는 평양냉면 같달까요. 마지막 문장('모든 아름다움이라고 명명되는 시절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재희는, 이제 이곳에 없다')은 두고두고 곱씹어 볼 만합니다. 여기서 계속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여러분이 책을 읽는 감칠맛이 아쉬울게 분명하니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이번주 영감의 숲은 특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습니다. 좋아요가 1500개를 향해 가고 있으니 그렇게 말해도 되겠지요? 박상영 작가의 멋진 문장 덕분인지, 일본판 리틀포레스트 장면을 담은 썸네일 덕분인지 정확히는 알 도리가 없지만, 분명한건 영감의 숲을 계속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조금 얻었다는 것입니다. 훌륭한 창작자들이 만들어준 영감을 열심히 데려오겠습니다.
🌲 칠월 넷째주 영감의 숲: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은 제가 어디가서 자신있게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여러분께도 소개하고 싶은 마음으로 적었어요. 해당 페이지는 제가 그 중에서도 가장 애정하는 대목입니다. 태생적인 숙명을 타고난 옴잡이가 그냥 고등학생이 된 후의 이야기인데요.(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그 장면이 참으로 짠하고 울컥한 느낌입니다. 넷플릭스로 봤을 때도 꽤나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귀여운 젤리들이 팡팡 터지는 영상도 좋지만, 저는 책의 활자가 주는 상상력을 좀 더 애정하는 편입니다. 또 정세랑 작가의 문체는 참으로 읽어볼만하거든요.
여러분들이 올려주는 영감들이 참 반갑다는 생각을 매주 합니다. 저도 거기서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받을 때가 종종 있어요. 영감의 원천과 종류가 참 다양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8월에도 영감의 숲은 계속됩니다. 제가 열심히 영감을 발굴해서 선보인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함께 나무를 심어가는 드넓은 숲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달 동안 함께 나무를 심어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