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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기념 스포츠물 다시보기
by. Lee
지난달 26일 개막한 2024 파리 올림픽, 잘 즐기고 계신가요? 한국대표팀은 하계 올림픽 100번째 메달을 따내고, 여자 양궁 단체전 10연패를 이루며 순항 중에 있습니다.
8월 3일(현지시간) 펼쳐진 유도 혼성 단체전에서는 한 편의 영화같은 장면이 펼쳐졌는데요. 패자부활전을 거치고 진행한 동메달 결정전에서 유도 대표팀의 고참, 안바울 선수가 한 체급 위의 선수를 이겨내며 메달을 따낸 것입니다. 정규경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골든스코어(*먼저 득점하는 팀이 승리하며 경기가 즉시 종료되는 방식)로 진행된 재경기에서 이루어낸 승리기에 더욱 극적이었습니다.
안바울 선수가 승리를 따내는 순간, 그를 응원하고 있던 선수단 뒤쪽에서 비추는 카메라의 구도까지 더해져 명장면이 탄생하기도 했는데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스포츠물의 묘미도 결국 극적인 순간에 있지 않을까요? 마치 뒤집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상대를 극적으로 이겨내는 그런 순간을 그려내는 것 말이죠. 우리는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경기 한 순간만을 목격하지만 사실 선수들에게는 이 경기를 위해 무던히 달리고, 좌절하고, 이겨낸 수 없는 시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시간에 주목하는 세 가지 스포츠물을 추천합니다.
🏐 하이큐!!(배구)
“그러니까 한 번 더 나에게 토스를 올려 줘.”
일본 스포츠 만화의 전설, 슬램덩크의 뒤를 잇는 배구만화. 이상적인 피지컬과 뛰어난 배구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독재적인 성격 때문에 중학교 시절 팀 메이트들에게 '코트 위의 제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세터 '카게야마(아래 사진의 왼쪽)'. 작은 키를 뛰어넘는 재능을 가진 '히나타 쇼요(아래 사진의 오른쪽)'. 중학교 시절 대회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첫만남이 좋지 않았지만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하며 배구부에서 협력해야만 하는 사이가 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투탁거리면서, 서로가 서로를 두고 “내가 있으면 넌 최강이야”라고 말하는 재미있는 관계다.
흥미로운 둘의 관계성과 더불어, 같은 학교의 배구부원들은 물론 상대팀으로 만나는 다른 학교의 배구부원까지 하나하나의 캐릭터가가 매력적이다. 섬세하게 설계된 캐릭터들로부터 나오는 웃음과 감동 포인트는 물론, 미친 연출의 경기장면까지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스포츠물의 정석을 찾는다면 단연 <하이큐!!>를 추천한다.
하이큐를 봤다면 김연경 선수의 유튜브에서 해당 작품을 리뷰한 콘텐츠도 꼭 한번 보시길 바란다. 선수의 시점에서 장면을 설명해주니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김연경 선수가 봐도 고증이 잘 되었다고 한다.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창작 point: 주목받지 못하는 포지션에 주목해보자.
배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무엇이 생각나는가? 아마 높게 뛰어올라 강력하게 내려치는 스파이크가 아닐까. 하지만 하이큐!!는 이 화려한 동작을 가진 스파이커보다 세터 포지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세터는 간단하게 말해 공격수들에게 공을 토스하는 역할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세터 포지션은 한 경기는 물론, 팀 전체를 이끌어 가는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하이큐!!>에서는 카게야마가 천재 세터로 등장한다.
스포츠물을 창작한다면 화려한 플레이를 하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포지션을 주인공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야구로 비유하자면 홈런타자나 투수도 좋지만 포수에 집중하는거다.
🏸 라켓소년단(배드민턴)
"처음이었거든요. 어른들 중에, 져도 괜찮다는 사람."
<라켓 소년단>은 서울 야구부 출신 '윤해강'이 땅끝마을 해남의 배드민턴부에 들어가게되며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생활고로 귀촌을 하면서 억지로 배드민턴을 시작했기에 해강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까칠한 성격과 강한 승부욕에 팀원들과 부딪히기도 하지만, 전국체전 우승이라는 목표가 생기며 배드민턴에 집중하고 팀원들에게도 마음을 열게 된다.
모든 스포츠물은 실력적인 성장과 함께 캐릭터 자체가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면을 보여준다. 자연스럽게 성장물의 성격을 함께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라켓 소년단>의 경우 캐릭터의 인격적인 성장이 조금 더 두드러지는 편이다. 주인공 해강은 물론 해강을 둘러싼 주위의 인물들-해강의 아빠, 배드민턴 부원들, 나아가 마을사람들까지-인격적으로 한 단계 발전한다. 특히 해강의 아빠(위 사진 맨 앞)는 코치로서도, 아버지로서도 미숙한 인물이었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든든한 어른이 되며 가장 괄목 할만한 성장을 보여준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힐링 스포츠물을 찾는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참고할 수 있는 창작 point: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살펴보자
<라켓 소년단>에는 배드민턴 간판 이용대 선수의 이름을 딴 '이용태'라는 인물이 나온다. 이용태는 이용대 선수의 열렬한 팬이며, 실제로 이용대 선수가 특별출연하기도 한다. 주인공 윤해강 또한 현재까지 한국 유일의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메달리스트인 손승모 선수를 모티프로 했으며, 배드민턴 천재 한세윤은 안세영 선수의 어린시절을 모티프로 한다. 이렇게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는 보는이들로하여금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에 현시점 여자 배드민턴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 선수의 일화를 소개한다. 안세영 선수에게는 강력한 라이벌이 있다. 과거 7패를 하며 한번도 이기지 못할 것 같은, 벽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혹독한 훈련을 통해 말 그대로 칠전팔기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이제 한번도 못이긴 선수는 없다.”는 안세영 선수. 라이벌을 이겨내고 세계 1위가 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하기에 스포츠물에서 라이벌 관계를 그리고 싶다면 꼭 한번 살펴보시길!
🤺 스물다섯 스물하나
“네가 그만두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가 왔네. 축하한다. 시대가 니를 돕는다. 나희도.”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을 배경으로하는 청춘물로, 펜싱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주인공 나희도는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펜싱을 계속하기위해 무모한 계획을 세운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고등학교 펜싱부에는 최연소 펜싱 금메달리스트 고유림이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펜싱때문에 머리채를 잡고 싸우기도하고, 그를 매개로 절친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청춘, 로맨틱 코미디, 스포츠, 시대극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작품이기에 달콤한 로맨스에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나희도와 고유림의 경기에 팽팽한 긴장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만큼 다이나믹하고 재미요소가 많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레트로 감성에 빠진 스포츠물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참고할 수 있는 창작 point: 혐관을 발전시키는 방법
고유림과 나희도는 첫번째로 소개했던 <하이큐!!>의 카게야마-히나타의 관계와 같다. 혐관으로 시작해서 동료로 발전한다. 러프한 캐릭터성도 비슷하다. 고유림과 카게야마는 천재성이 있고, 상대적으로 차가운 성격이다. 나희도와 히나타는 재능이 뛰어나지만 언더독으로 여겨지고, 따뜻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다.
하지만 두 관계성의 차이는 운동 종목에 따라 발생한다. <하이큐!!>의 배구는 팀스포츠다. 혐관인 두 인물은 한 팀을 이루며 좋든 싫든 함께해야한다. 훈련을 같이하며 물어뜯을듯이 싸우다가도 경기가 시작되면 누구보다 서로를 의지한다. 반면에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펜싱은 개인종목이다. 혐관에서 벗어나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된 시점에서도 시합에서는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라이벌 관계가 된다.
이렇게 스포츠물에서는 어떤 종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비슷한 인물, 비슷한 관계성도 다르게 발전시킬 수 있으니 다방면으로 사전조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세 가지 작품을 소개해보았는데요. 재미있게 보셨나요? 스포츠물 = 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스포츠물은 어제의 한계를 끊임없이 뛰어넘고, 또 도전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이때 성장의 발판은 자기 자신일 수도, 자신과 마주보고 있는 상대일 수도 있죠. 만약 캐릭터가 몸담고 있는 운동이 팀 스포츠라면 나의 뛰어남보다 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될 것이고, 개인 스포츠라면 어제의 나를 뛰어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될 것입니다. 스포츠를 통해 과거의 아픔과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죠.
파리 올림픽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하며, 스포츠물의 묘미까지 느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