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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입문은 2X9
by. Choi
유튜브 채널 중 2x9HD 라는 이름의 채널이 있다. 구독자 18만명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이 채널에는 30개의 짧은 영상들이 올라와있다. 구교환과 이옥섭의 단편영화 채널이다. 사람들이 종종 독립영화 입문작을 물어보는데, 그럴 때 이 채널을 추천해준다. 왜냐고? 일단 짧기 때문이다. 100분짜리 독립영화는 부담스럽지만 10분짜리 독립영화는 밥 먹을 때 보기 괜찮지 않나. 더불어 이옥섭 감독은 음악을 참 잘 쓴다. 적어도 10분이 지루하지는 않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다. 오늘은 이 채널에서 영화를 몇 편 추천해보려고 한다. 제목을 클릭하면 바로 유튜브로 연결되니 시도해볼 것을 추천.
🔗 눈을 가진 죄 (ROMEO, 2019)
가장 먼저 보았으면 좋겠는 1분 49초 단편영화. 이엑구 입문 영화라고 불러도 되겠다. 대만의 청춘 이미지와 전화 알림 소리, 인물의 대사가 리듬감 있게 뒤섞인다. 집착을 직관적이고 기묘하게 표현한 부분이 압권. 광기어린 장면 속에서 힘을 뺀 대사들이 웃음 포인트를 마련하기도 한다. 소정아, 지금 7월이야… 7월에 한번씩 꼭 이 대사가 생각나더라… 혹시 보고 이게 뭔가, 싶으면 딱 두 번만 더 봐라. 분명히 중독될거다.
🔗 러브빌런 (LOVE VILLAIN,2022)
껌을 씹는 소리,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 한국어와 일본어가 어우러져 청각적 몰입을 이끌어낸다. 코믹한 대사와 색감까지 이옥섭 감독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작품. 사랑과 빌런에 대한 이야기인만큼 가볍고 산뜻하게 볼 수 있다. 창의력 있는 연출은 항상 나를 놀라게 하지만.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Where is my DVD?, 2013)
영화인, 아니 예술인이라면 꼭 보자. 독립영화 감독들이 DVD를 주지 않는 사연에 대해 살펴보다보면 위로 아닌 위로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속된 말로 ‘골 때리는 듯한’ 연출도 재미있다. 이옥섭과 구교환의 케미에는 진지함에서 오는 웃긴 포인트들이 많다. 이 작품도 연출이 참 좋다. 여러번 보면 더 보이는게 많은 영화.
🔗[펫숍브이로그] 무당말 듣고 노란 줄만 밟는 사연🐱🏓💛🏃🏻♀️🐕🐈❌
사회에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3분이면 된다니. 펫숍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좀 보여주고 싶은 영화다. 펫숍을 저격하고 있지만 슬며시 다른 생각들도 든다. 우리는 누군가 다른 존재를 수단화하지는 않는가? 그 상황에서 진정으로 다른 방법 따위는 없었던 것인가? 다른 방법이 없다해도 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질문들 말이다.
🔗girls on top (걸스온탑, 2017)
너무 커져버린 선인장과 낮은 천장 사이에서 선인장을 보내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우는 그 마음. 제 14회 서울환경영화제 작품이지만, 우리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결국 삐걱거리는 외발 자전거를 타고 다시금 데리러갔으니까, 그럼 된거 아닐까. 가끔은 끝끝내 붙잡아보고 싶은 것도 있는 법이다.
🔗[VLOG]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
“잘가~ 죽느라 고생했어~”
또 다른 소정이 시리즈… 이엑구의 <눈을 가진 죄>로 시작하는 소정이 시리즈는 항상 그냥 웃기고 재밌다. 엉뚱하고 흥미로운 연출과 통통튀는 음악의 조화가 압권이다. 어딘가 어수선한 분위기, 게임에 접목시킨 연출, 대사의 리듬감과 웃음 포인트가 매력적이다.
메기
우리는 누군가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또 어떻게 의심할까? 때로는 답답하고 어려운 사회문제들을 위트있고 유쾌하게, 하지만 진중하고 가볍지 않게 담아낸다. 우리는 혹시 매일매일 의심의 구덩이를 파헤치며 점점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 속 메모지의 글을 인용해본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4학년 보경이 (A Dangerous Woman, 2014)
왜 나를 그렇게 대하지 네가.
이 대사가 덕우를 그대로 투영한다. 달그락 달그락거리는 선풍기는 언제 멈출까? 어쩌면 누군가는 어떻게 고칠지 고민하고, 누군가는 이미 고장났다고 단정지을 수도 있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식어버린 한 사람과 여전히 불을 피우려고 앉아있는 한 사람이 있다. 권태기의 마음과 관계를 재치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예상치 못하는 캐릭터의 행동을 지켜보는 재미는 역시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