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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파트너>로 보는 드라마 작법
by. Kim
화제의 드라마 <굿파트너>, 픽글 독자분들은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하다. 실제 이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유나 작가가 각본을 맡고, 장나라 배우가 이혼 전문 변호사 역을 맡아 호평이 자자했다. 입소문 탓인지 시청률 13.7%를 넘기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리 올림픽 여파로 3주 동안 쉬어갔지만, 드디어 이번 금요일에 다시 돌아온다. 그 전에 잠시 이전 내용을 복습해보자는 의미로 <굿파트너>로 보는 드라마 작법 이야기를 준비했다. 전문적인 이야기 보다는 애청자의 야매 분석에 가깝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막장이 아닌 불륜 드라마
이혼 드라마에서는 누군가 불륜을 저질러야 한다. 실제 외도에 의한 이혼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륜을 한 상대를 법적 제도 안에서 복수하는 합리적인 방법이 ‘유리한 이혼’ 외에는 딱히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현실에서 모든 이혼이 그렇게 통쾌하고 시원한 것은 아니다. <굿 파트너>는 이 지점을 짚고 넘어가는 작품이다. 1화에서 한유리 변호사는 의뢰인의 승소를 이끌지만, 그 승소에는 쓴맛이 남는다. 초보 변호사 한유리는 모든 재판이 통쾌하지는 않다는 것을, 법이 반드시 마음 아픈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의 승리가 안타까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여기에 한유리의 과거(아빠의 외도)는 이혼 변호사의 일에 대한 회의를 더해준다.
종종 한유리가 보이는 감정적인 진단은 그녀의 과거와 연결되어 힘을 받는다. 연출자는 이를 냉철한 차은경 변호사와 대비시키며 그 케미를 이끌어내는데 집중시킨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초보 변호사 한유리가 자신의 과거와 회의감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하나의 성장서사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작가는 벌써 한유리에게 거대한 성장의 발판을 깔아주었다. 한유리에게 차은경의 이혼 사건을 맡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타지적 요소(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판타지라는 표현을 좀 썼다)를 통해 드라마의 두 주인공은 치열하게 얽히고 성장할 수 있게된다.
😲'클리셰가 좋다'의 좋은 예시
한유리는 감정적이고 자신의 과거를 되새김질 하지만, 동시에 당당하게 할말은 하고 사는 캐릭터다. 그 유명하다는 차은경에게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한다. 이번 신입 변호사가 골 때린다(?)고 생각하는 차은경은 은연 중에 그녀가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자신과는 어딘가 많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폭주기관차 같은 차은경에게, 한유리는 잠깐 ‘멈칫’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그 ‘다름’이 두 캐릭터가 엮일 수 있는 단서다. 완벽한 인간은 없고, 완벽해보이는 인간도 누군가에서 배울 점이 있다. 이 당연한 이야기를 캐릭터에도 잘 적용시켜야 하는 이유다. 한유리는 차은경의 이혼 사건을 맡으면서 아주 큰 내면적/외면적 성장을 이룩할 것이고, 차은경은 한유리에게 무언가를 배워 내면적 성장에 보탬이 될 것이다. 두 사람의 갈등과 협력을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생각이다.
차은경은 전형적인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클리셰를 되풀이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잘나가는 냉철하고 똑똑하게 이혼 사건을 해결하는 변호사지만, 동시에 그녀의 배우자는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굿 파트너>는 이 사건을 극의 위기나 절정 대신 발단 파트에 배치하여 ‘이혼 변호사가 자신의 불륜을 알게 되는 것’을 극이 흘러가는 동기로 작동하게 한다. 그리고 한발자국 나아가, 이미 차은경이 배우자의 외도를 알고 있었다는 단서를 덧붙인다. 김지상(차은경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건과 이를 차은경이 이미 알고 있음이 밝혀지는 사건, 그리고 차은경이 마음을 먹고 이혼 소송을 준비하는 사건은 3화 안에 모두 벌어진다. 이로써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몰입하며 4화에 안착할 수 있다. 최고 시청률을 4화에서 달성한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초반 회차를 통해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매우 영리하게 잘 활용했다고 할 수 있겠다.
🚥한변과 전변의 러브라인은 어디로…
하나 남은 아쉬움은 한유리의 러브라인이다. 러브라인의 상대는 3개월 먼저 들어온 동기, 전민호 변호사다. 둘은 [동기사랑 나라사랑을 부르짖는 전형적인 직장 동료로 함께 어울리다가] - [고민이 깊은 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버린 뒤 함께 모텔에서 깨어나고] - [어색함의 시간을 거친 뒤] - [한 명은 다가가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한명은 밀어낸다]는 러브라인의 전형을 따른다. 아마 그 뒤에는 분명 손을 잡고 함께 걷지 않을까. 전민호 변호사는 깊은 고민과 사건이 중첩되는 드라마 속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해낸다. 화면의 밝기가 바뀐 것 같이 느껴질만큼 통통튀는 대사와 행동은 잠시 시청자에게 숨을 돌릴 틈을 준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감초 캐릭터가 ‘갑자기’ 러브라인의 상대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함께 첫날 밤을 보낸 사건은 지금까지 설계된 한유리의 캐릭터성에는 다소 어긋나보인다. 한유리는 비혼을 강력하게 선언하는 신중한 캐릭터다. 전민호 변호사의 고백을 거절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그런 그녀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첫날 밤을 보냈다? 원래 전민호 변호사를 많이 좋아하고 있지 않다면 어색한 흐름이다. 그런 점에서 둘의 러브라인은 의도적인 장치로서 작동하는 어색한 느낌을 준다.
한유리는 5화에서 ‘사랑이 뭘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느낀, 또 이혼 사건을 해결하면서 느낀 회의감에서 터져나온 질문이다. 이런 그녀의 상상 속에는 전민호의 고백도 포함되어있다. 어쩌면 작가는 한유리라는 캐릭터가 개인적인 사랑을 동시에 경험할 때 진정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이혼 사건과 차은경과의 케미로는 부족한 2%를 채워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도적인 장치나 개입이 너무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 어색함이 찾아오는 것은 시간 문제다. 차라리 한유리가 모텔에서 깨어나보니 혼자였고, 전민호 변호사는 진짜로 동기사랑이 나라사랑이라고 믿는 동료였다는 전개가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이 러브라인이 한유리의 서사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서포터가 될지, 혼자 따로 노는 설정이 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금요일을 기다리는 마음
이제 드라마는 서서히 중반부로 흘러간다. 8월이 되면 차은경은 딸을 두고 흔들리고, 한유리는 머리를 싸매고 차은경에게 깨지고, 정우진은 짝사랑의 절절함을 보여줄 것이다. 정우진이 대표 오대규의 혼외자식이라는 5화의 새로운 정보는 ‘정우진이 차은경에 대한 짝사랑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또 하나의 긴장감을 만들어준다. 그 뒤에 어떤 서사가 펼쳐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끌어들인 시청자에게 또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던져주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차은경이 이 사건에서 나름의 만족스러운 결과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물론 낮은 확률로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한유리가 지금보다 더 멋진 사람이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만족스러운 결말을 향해 달려갈지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몰입한다. 드라마는 인생의 축소판이라지만, 인생과 드라마는 다르다. 어느정도 정해진 결말을 향해 캐릭터가 달려가는 그 과정을 응원하는게 드라마만의 묘미가 아니겠는가.